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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왜 한사코 마스크 쓰기를 거부할까?

기사승인 2020.05.21  09: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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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발언하고 있다.

 

세계 주요 정상 중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인물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마스크를 쓴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여주지 않았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 포스(FT)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이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허세"라며 "국민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으면 대통령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강력한 리더십 보여줘야한다는 강박감 있는 듯 :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사코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있다. 마스크 알레르기라도 있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4세 고령의 나이로 코로나19 고위험군이지만, "난 건강하기에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백악관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후에도 모든 행사에 맨 얼굴로 등장했다.

◇ 정부의 잘못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제와 마스크를 착용하게 될 경우 정부의 대응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발병 초기 코로나19는 감기에 불과하다며 위험성을 저평가해 왔다. 그러는 사이 미국에서는 152만여명이 감염돼 9만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당연히 여론도 좋지 않다. 선거 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3.3%로, '지지하지 않는다'(52.7%)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재선 위해 강력한 리더십 보여줘야 :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의 미셸 코틀 논설위원은 12일 칼럼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나약함과 패배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현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에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더욱 필사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일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마스크를 쓰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네거티브 선거 광고에 나올까 봐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지난 5일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하니웰 마스크 제조공장을 방문했을 때, 마스크 공장에서 정작 마스크는 쓰지 않고 고글만 썼다.

지난 1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뒤에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과 데보라 벅스 코로나19 TF 조정관은 마스크를 쓴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 보수매체 대통령이 마스크 쓰면 중국에 졌다는 의미 : 미국 보수매체의 기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수매체 '페더랄리스트'(thefederalist.com)는 이달 11일자 기사에서 "마스크를 쓴 대통령 사진은 미국이 '중국에서 생겨난 보이지 않는 적'에 너무 무력해 대통령조차도 마스크 뒤에 몸을 숨겨야 한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 남성성 과시 목적도 : 마스크를 쓰지 않음으로써 남성성을 과시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조나단 메츨 미국 밴더빌트대 사회학·정신의학 교수는 미 인터넷 매체 복스(Vox)에 "트럼프에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마초적인 이미지를 투영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쓰면 이미지가 실추된다는 시각에는 '마스크=약자'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마스크 착용이 '미국을 다시 살릴'(Make America Great Again) 강한 백인 남성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워싱턴포스트(WP)는 '터프가이를 위한 마스크'라고 적힌 마스크를 출시할 것을 제안한 유머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 마스크 착용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 : 마스크가 이미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 중 마스크를 쓴다고 답한 비율은 76%로, 공화당(59%)에 비해 17%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마스크를 쓰게 되면 자칫 민주당에 승복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논란이 곧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공장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니웰의 마스크 제조공장을 고글만 쓴채 시찰하고 있다.

◇ 트럼프 마스크 착용 의무화한 공장 방문 :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1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 있는 포드자동차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고, 이 공장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의 CNBC방송은 포드자동차가 트럼프 대통령 및 관계자들이 자사의 공장을 방문할 때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19일 전했다.

포드 대변인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번 방문에 앞서 포드의 안전 프로토콜을 백악관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마스크 착용을 꺼려 온 트럼프 대통령이 포드의 정책을 따를지는 미지수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다면 이는 그가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마스크 착용논란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그런데 만약 이번에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다면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자동차 공장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날까? 아니면 맨얼굴을 고수할까? 전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편집국 chunjiin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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